
몇 해 전, 낯선 골목 어귀에 있던 중동 음식 포장마차에서 후무스를 처음 먹어봤다. 뭔지도 모른 채 빵에 찍어 먹었는데, 고소한 맛에 놀랐고, 그보다 더 궁금했던 건 그 음식 뒤에 깃든 이야기였다. 왜 이 음식은 우리에겐 낯선데, 그들에겐 일상일까. 이 작은 호기심이 내가 아랍권 문화를 깊이 들여다보게 된 출발점이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는 늘 어딘가 어렵게 느껴진다. 종교, 분쟁, 복잡한 역사… 무겁게 다가오는 단어들 사이에서 ‘그래도 한번쯤 제대로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정보를 찾으려 하면 대부분 단편적이거나, 너무 학술적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관광 정보 위주인 경우가 많았다. 내가 궁금했던 건 ‘일상에 스며든 진짜 문화’였다.
예를 들어, 라마단이 시작되는 날의 거리 분위기라든가, 모로코의 재래시장에서 들려오는 억양 가득한 인사말, 혹은 결혼식에서 울려 퍼지는 전통 악기의 리듬처럼, 말로 설명되기 어려운 생생함이 있다. 이런 것들은 뉴스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모으고, 정리하고, 풀어내기로 했다.
내 이름은 양하림이다. 아랍 문화에 처음 발을 들인 이후, 다양한 현지 자료와 인터뷰, 다큐멘터리, 때로는 포럼과 소셜미디어까지 뒤져가며 아랍권의 문화·역사·종교를 보다 쉽게, 그리고 온전하게 정리해보려고 노력해왔다. 내가 알고 싶은 걸 스스로 풀어내기 위한 작업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관련 노트와 자료가 꽤 쌓였고, 이제는 그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꺼내놓는 쪽을 택했다.
이곳에 담기는 내용은 학문적인 정답이라기보다는, 내가 여러 갈래 길을 걸으며 수집한 살아있는 조각들에 가깝다. 그런 만큼 정제된 말보다 날것에 가까운 표현이 섞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방식이 ‘진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날 길거리에서 만난 한 접시의 후무스가, 이렇게 긴 여정이 될 줄은 몰랐다. 아마 이 작은 기록들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그리고 아랍이라는 공간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길 바란다.